낙동강
오석륜
아무것도 가진 거 없는 사람들이 벌어먹고 사는 데는
서울만 한 곳이 없다는 소문만 믿고 짐을 챙겼다.
그 위안을 별처럼 촘촘하게 새긴 가방 하나만 들고
낙동강을 나서는데
곱은 손 펼치며 몇 개의 추억과 몇 개의 바람을 쥐어주던 억새들
수도승처럼 서서 나를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겨울 안개는 내가 품고 있던 위안을 덥혀주려고
강가 쪽에서 몰려왔지만
그 속을 비집고 들어가 안개 목욕을 마친 겨울새 한 마리는
완치되지 않은 폐결핵 환자처럼
여전히 낯선 기침으로 쿨럭쿨럭거렸다.
울음처럼 뱉어낸 객담 한 움큼을 바람이 풀어헤치고 있었다.
더 이상 가난과 병을 갖고 돌아와서는 안 된다며
어떻게든 서울 가면 성공하고 편지도 꼬박꼬박 써달라고 떼를 쓰던
낙동강의 길고 긴 포물선
그림자처럼 따라오며 허공으로 퍼져가고 있었고
그렇게 허공에 펼쳐진 길을 촉촉히 밝히려고
동대구발 서울행 야간열차가 기적을 울리고 있었다.
여비 한 푼, 학비 한 푼 보태주지 못했다며 한없이 흐느끼던
누님 같던 낙동강의 물결이
한강까지 동행하며 거슬러 올라오는 동안
뜬눈으로 밤을 새운 차디찬 달빛은
자꾸만 내 손바닥으로 흘러와 짙은 손금 하나 새겨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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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사람』 2016-겨울호 <신작특집>에서
* 오석륜/ 2009년『문학나무』로 등단, 학술서『미디어 문화와 상호 이미지 형성』(일본어판), 『하이쿠 선집』『풀베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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