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러기
김태형
아무리 일만 미터 높이를 훌쩍 날아간다고 해도
항상 높이 나는 것은 아니다
새는 날아야 할 높이로만 날아간다
눈 덮인 산맥을 건너야 하기 때문에
그 높이로 날아오를 뿐
하늘에는 먹을 게 아무 것도 없다
두 줄 무늬 띠를 머리에 두르고
바람과 수평을 맞추는 일
고원을 따라가다가 불쑥 솟아오른 산맥을 만나면
그때서야 상승기류에 몸을 실어
높이 날아오른다
낮게 가능한 한 가장 낮게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날다가
가파른 절벽을 새는 솟아오르고
만년의 고요 속에서
검은 깃을 한껏 펼쳐서 다시 내려간다
멀리서 내려다보면 세상은 다 고요하겠지만
구름에 둥지를 틀 수는 없다
뭐라도 붙들고 하소연할 데가 없다
안개 한 자락을 붙들고서라도 내려와야 한다
풀잎 사이에서 뭔가 부스럭거리고
금모래 굽어진 강 저편에서 뭔가 자꾸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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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사람』2016-2월호 <신작특집>에서
* 김태형/ 1992년『현대시세계』로 등단, 시집『로큰롤 헤븐』『고백이라는 장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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