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익상편(翼狀片)/ 이상인

검지 정숙자 2016. 12. 27. 23:53

 

 

    익상편(翼狀片)

 

     이상인

 

 

  안과 의사가 내 눈 속에 갇혀있는

  새의 날개를 꺼내기 시작한다.

 

  오래 전 문득

  무한천공을 슬그머니 훔쳐보았을 뿐인데

  마침 날아가던 시조새, 날개 하나

  왼쪽 눈에 찰싹 달라붙어버린 것일까.

 

  잠시 어리둥절 어지러웠고

  앞길이 가끔 침침하곤 했는데

  그 날갯죽지가 좀체 떨어지지 않고

  뿌리내려 자라기 시작했다.

  마침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아주 천천히 나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파닥이는 날갯죽지를 잃어버린 새는

  빈 마음을 붕대로 동여매고

  어느 천 년의 하늘을 쪼며 날고 있을까

 

  젊은 의사는

  붉은 깃털을 세심하게 뽑아내더니

  다른 살을 가져와 꼼꼼하게 꿰매놓고

  안대로 단단히 봉해 버렸다.

 

  안과를 나와 무연히 올려다 본

  몇 억 만 년의 외눈박이 천공

  거기 발라먹고 남은 물고기 화석 같은

  솟을 새김 날갯죽지 하나

  서쪽으로 멀어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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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사람』2016-2월호 <신작특집>에서

  * 이상인/ 1992년『한국문학』으로 등단, 시집『해변주점』『툭, 건드려주었다』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