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 좋은 곳
-실크로드1
김지헌
몇 시간을 달렸는데도 여전히 검은 땅
어둠 속에서 피가 흘렀다
안경을 썼지만 온통 검은색의 협곡이 이어져
해가 황도를 지나는 동안에도
보이는 것, 만져지는 것조차 없는 계곡에
분명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 검은 땅에도
살아 숨 쉬는 심장이 있다는 것
지키는 간수도 창살도 없는 감옥은 어쩌면
생을 리셋하기 가장 좋은 곳,
여기가 바로 연암이 찾아 헤매던
울기 좋은 곳인가
감깐 헛디디면 천 길 벼랑으로 구를 수도 있는
삶이라는 구도의 길에서
나는 무엇에 매달려 여기까지 왔을까
길을 잃을까, 바닥에 닿을까 두려워
미로 속으로 뛰어들지도 못한 채
사는 일이 시들시들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에도 생명의 피가 흐르듯
검은 땅 너머 홍유의 향기가 가득한 경계선 어디쯤
한바탕 우레 같은 울음을 쏟아내고 나면
나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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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담』2016-2월호 <시>에서
* 김지헌/ 충남 강경 출생, 1997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배롱나무 사원』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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