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울기 좋은 곳_실크로드1/ 김지헌

검지 정숙자 2016. 12. 26. 11:25

 

 

    울기 좋은 곳

     -실크로드1

 

     김지헌

 

 

  몇 시간을 달렸는데도 여전히 검은 땅

  어둠 속에서 피가 흘렀다

  안경을 썼지만 온통 검은색의 협곡이 이어져

  해가 황도를 지나는 동안에도

  보이는 것, 만져지는 것조차 없는 계곡에

  분명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 검은 땅에도

  살아 숨 쉬는 심장이 있다는 것

  지키는 간수도 창살도 없는 감옥은 어쩌면

  생을 리셋하기 가장 좋은 곳,

  여기가 바로 연암이 찾아 헤매던

  울기 좋은 곳인가

  감깐 헛디디면 천 길 벼랑으로 구를 수도 있는

  삶이라는 구도의 길에서

  나는 무엇에 매달려 여기까지 왔을까

  길을 잃을까, 바닥에 닿을까 두려워

  미로 속으로 뛰어들지도 못한 채

  사는 일이 시들시들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에도 생명의 피가 흐르듯

  검은 땅 너머 홍유의 향기가 가득한 경계선 어디쯤

  한바탕 우레 같은 울음을 쏟아내고 나면

  나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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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담』2016-2월호 <시>에서

  * 김지헌/ 충남 강경 출생, 1997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배롱나무 사원』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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