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무문관/ 손택수

검지 정숙자 2016. 12. 26. 01:48

 

 

    무문관

 

    손택수

 

 

  뱀이 겨울잠을 자기 전에 머금었다가 봄에 뱉는 흙덩이를

  사함석이라고 한다

 

  흙은 말하자면, 봉분이다

  관 뚜껑 열리지 않도록

  스스로 짓는

  무덤

 

  꿈결에라도 혹여 문을 열고 나올까

  빈 배를 채우려 눈밭으로 튀어나오지 않을까

  안심이 되질 않아, 입을

  틀어막는다

 

  이듬해 봄 입에 머금었던 흙은 단맛이 나서 약재로 쓴다던가

  뚫어라, 설악 백담 무문관에도

  폭설이 내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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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담』 2016-겨울호 <신작시>에서

  * 손택수/  1998년 《한국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호랑이 발자국』『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