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설경(雪景)/ 전방욱

검지 정숙자 2016. 12. 25. 01:38

 

 

    설경(雪景)

 

     전방욱

 

 

  1.

  하늘에서

  느닷없이 새 떼들이 떨어진다

  날개를 접고 가뭇하게 몸을 던지는

  상심한 새들

  그대 누구기에 즐비한 주검들을 몰아가는가

  오늘 하루마저 나를 얽매어

  어디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뜨리고 있느냐

  찬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첫눈이 오는 거리를 바라다본다

 

  2.

  습관적으로 차단을 처단이라고 잘못 읽는다  

  버림받은 느낌의 참담함-

  부드러운 것마저 세상을 차단할 수 있다

  사랑도 사람을 쓰러뜨릴 수 있다

 

  3.

  눈발이 날린다, 날리다 쌓인다

  원경이 지워지고

  근경이 희미해지고

  사람들은 헤어지고

  그대에게 가는 길이 아무리

  하여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이 온통 환하다

 

  고립무원(孤立無援)

  나를 닮은 사람이

  백색의 세계에서 혼자 웅크리고 있다.

 

    ----------------

  *『아라문학』 2016-겨울호 <신작시>에서

  * 전방욱/ 1998년『세계의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