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정다인_야생의 눈빛을 쓰다듬다(발췌)/ 내 안의 표범 : 한창옥

검지 정숙자 2016. 12. 25. 02:14

 

 

    내 안의 표범

 

    한창옥

 

 

  그래요…… 그래요

  내 안에 표범이 들어왔어요

  이슬 같은 눈빛의 표범

 

  잠자던 풀들이 화들짝 깨어나고

  창밖 회오리바람도 표범의 울음으로 들려요

  영혼의 주파수가 자꾸 엉켜요

  일제히 일탈 중인 삶의 의문부호들

  건망증 많던 자물쇠는 이미 길을 잃었죠

  내게 깃든 표범이 자꾸 아파와요

  뜨거운 가슴으로 안아줄 수 있어요

  긴 다리 표범은 몸을 둥글게 접어요

  태고 적 생명의 아름다운 태아처럼

  너무 소중해 안쓰러워요

  머리털에 배인 야생의 그리움이

  눈물로 번져나가고 있어요

  두 손으로 지그시 눌러줘요

  뒤척이던 표범은 더 이상 울지 않아요

 

  광야(曠野) 같은 고요가 내 몸을 통과할 때

  난 알아요

  내 안의 표범이 자라고 있다는 걸

  표범 우는 소리 쓸쓸해지면

  가만히…… 가만히 잠재울 거예요.

     -전문, 시집 『내 안의 표범』(2016)

 

 

  야생의 눈빛을 쓰다듬다(발췌) _ 정다인

  '내게 깃든 표범이 자꾸 아파와요' 이 말에 담긴 것은 바로 그 파국의 한 장면이다. 우리의 생에서 야생은 이미 이질적이고 낯선 것이 되어버렸다. '영혼의 주파수가 자꾸 엉켜요/ 일제히 일탈 중인 삶의 의문부호들/ 건망증 많던 자물쇠는 이미 길을 잃었죠'라는 말들 속에서 화자의 내면은 삶의 무게로 인해 엉키고, 흩어지고, 길을 잃고 있다. 그 속에서 야생의 표범은 병들고 쓰러질 수밖에 없다. 삶이라는 각박함에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 화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는 우리 안의 야생을 돌볼 여유가 없다. 다만 '너무 소중해 안쓰러'울 뿐이다. / '긴 다리 표범'이 '태고 적 생명의 아름다운 태아처럼' 몸을 둥글게 말고 있다. 화자가 세상에 나오기 전의 모습 그대로 표범이 태아처럼 화자 안에 기거하고 있는 것이다. 태아와 같은 표범의 자세는 화자가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감싸고 있는 형상과 같다. '태초'의 화자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 아닐까. 세상과 맞설 수 없는 표범, 화자 자신이기 때문에 태아와 같이 웅크리고 있는 자세는 안쓰럽다. '머리털에 배인 야생의 그리움이 눈물로 번져나가고' '두 손으로 지그시' 표범을 누르는 행위는 화자가 화자 자신을 다독이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고 외면해야 하는 자신의 야생을 껴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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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엠포엠』 2016-겨울호 <포엠포엠에서 본 >에서

  * 정다인/ 2015년 시사사』로 등단, 시집『여자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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