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사소한 정의*/ 나금숙

검지 정숙자 2016. 12. 21. 19:24

 

 

    사소한 정의*

 

    나금숙

 

 

  새 울음 소리를 듣고 그 이름을 구별하려고 숲에 참 많이 갔다 아침이나

저녁 선선한 때뿐 아니라 햇볕이 뜨거운 한낮에도 갔다 사소한 것에 집착

하던 때라 이것은 내게 아주 중요했다 가보지 않은 나라의 골목이나 도로

명이, 책에서만 읽은 도시나 산 이름이 단어 하나만 틀려도 잠을 이루지 못

하던 때였다 사소한 것들은 나를 끌고 다녔고 명령했고 나는 복종하느라

세월을 다 보냈다 드디어 나는 홍방울새, 찌르레기, 물까치, 되솔새들의 울

음 소리를 듣고 몇 초 안에 그 이름을 맞추게 되었다 나는 기뻤지만 세상

은 변함 없었다. 그 시절을 보내며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았다 그들이 학

교에 입학하고 졸업하는 사이 가족 중의 대장은 뇌수술을 세 번했다 몇 년

후에 숲에 가니 새소리가 다시 구별이 되지 않았다 새들의 울음소리는 허

공을 찍다가 내 귓가를 스쳐 조용히 풀숲으로 스며들었다 실은 사소한 것

들과 중요한 것들 사이에 짜 넣어진 새소리는 항상 있었다 아침 저녁 숲

에 가지 않아도.

    -전문-

 

  * 앤 레키 소설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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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정신』 2016-겨울호 <신작시>에서

 * 나금숙/ 2000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레일라 바래다주기』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