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내가 계속 나일 때/ 신용목

검지 정숙자 2016. 12. 19. 00:30

 

 

    내가 계속 나일 때

 

    신용목

 

 

  물이 끓는다

  물이

  사라지려 하고 있다

  물

  아닌 것이 되려 하고 있다

  물 아닌 것이 되기 전에

  사라지기 전에

 

  보리차 티백을 넣는다,

    베란다 화분에서 사철나무 잎 하나가 뚝 떨어지는 것처럼 눈이

  내리고

 

  오래전 봄날, 곰을 잡고 곰의 두개골에 화장을 해 숲으로 돌려보

냈는데

  그 곰이 하얗게 돌아왔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그때까지가 가을이었으니까

 

  창 밖 단풍나무 잎은 여태 지지도 않고 눈을 받고 있다 하나의 발

자국이 다른 발자국의 바닥을 잠시 견주고 있다

 

  아직 떠나지 않은 생각이 잠시 나를 받아주고 있다,

  생각하면

 

  몸은 신전처럼 더워지고 예배처럼 슬픔이 모여든다

 

  그때까지가 생각이었으니까,

 

  나는 그냥 살았을 뿐이다

 

  나는 계속 나였다

 

  내가 끓었을 때

  그가 왔다

 

  그리고 식어가는 시간이었다

    -전문, 『딩아돌하』2016. 가을호

 

  ※ 추천인(가나다 순) : 류인서 문혜원 송종규 이경수 최현식_본지 기획위원 / 우문상 이인희 정백환_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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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시대』 2016-겨울호 <시각視覺과 시각詩角>에서

  * 신용목/ 2000년『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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