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동전의 내력/ 임향자

검지 정숙자 2016. 12. 18. 23:33

 

 

    동전의 내력

 

    임향자

 

 

  양면에는

  역사와 문화가 압축파일처럼 기록되었다

 

  활짝 핀 무궁화를 시작으로

  철갑을 두른 거북선이 등장하고

  다보탑이 마음을 모은다

  풍년을 기원하는 벼이삭

  바다를 호령하는 장군은 가슴속에 살아 있고

  학 한 마리 날아오른다

 

  손톱 크기로 작아진 다보탑

  발길에 굴러가도 아무도 줍지 않는다 

  겨우 거스름돈으로 명맥만 유지하는 십 원

  장군과 학 한 마리도 고액권에 밀려

  지폐 밖에서 살고 있다

 

  소원을 품고 연못에 던져지는 동전

  그 많은 소원은 다 이루어졌을까

  물속에서도 질긴 생명력만큼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돌아다닌다

  평생 업이 되어버린 역마살처럼

  동전을 받아먹던 공중전화기는 명맥만 유지하고

  카운터에 돼지 한 마리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끔은 구걸하는 바구니에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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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문예』 2016-겨울호 <신작시>에서

  * 임향자/ 2016년『창작 21』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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