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의 내력
임향자
양면에는
역사와 문화가 압축파일처럼 기록되었다
활짝 핀 무궁화를 시작으로
철갑을 두른 거북선이 등장하고
다보탑이 마음을 모은다
풍년을 기원하는 벼이삭
바다를 호령하는 장군은 가슴속에 살아 있고
학 한 마리 날아오른다
손톱 크기로 작아진 다보탑
발길에 굴러가도 아무도 줍지 않는다
겨우 거스름돈으로 명맥만 유지하는 십 원
장군과 학 한 마리도 고액권에 밀려
지폐 밖에서 살고 있다
소원을 품고 연못에 던져지는 동전
그 많은 소원은 다 이루어졌을까
물속에서도 질긴 생명력만큼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돌아다닌다
평생 업이 되어버린 역마살처럼
동전을 받아먹던 공중전화기는 명맥만 유지하고
카운터에 돼지 한 마리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끔은 구걸하는 바구니에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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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예』 2016-겨울호 <신작시>에서
* 임향자/ 2016년『창작 21』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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