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올가미/ 이정오

검지 정숙자 2016. 12. 19. 00:13

 

 

    올가미

 

    이정오

 

 

  무엇이든 움직이는 것은

  항로를 이탈하거나 다른 길로 들아서 가거나

  속도를 제어할 수 없는 순간

  올가미에 걸리고 말죠

 

  새벽을 비행하다 덜컥, 위기에 몰린 참새를 만났어요

  사각지대마다 덫이 놓여 있었죠

  포위망에 걸려들어 생의 모서리가 출렁,

  날개를 퍼덕일 때마다 몸이 조여들고

  앞으로만 빠져나가려고 젖 먹던 힘을 다해도

  탈출은 허락되지 않았어요

 

  손을 뻗었죠

  올가미는 내 주먹을 당기고 나는 허공의 집 한 채를 당기며

  씨름을 거듭한 끝에

  조심조심 올가미를 풀고

  푸른 숲으로 날렸지만 그만 주저앉고 말았어요

  몸을 파르르르 떨며 숨만 몰아쉬었죠

  숨통이 트이길 바랬어요

 

  순간 그 작은 눈으로

  우주 한 모퉁이 허공 절벽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나도 허공을 올려다보니 두려웠어요

  보이지 않는 올가미를 보았죠

  추락과 상승을 거듭하는 찰나의 생

  출근길 나의 아침이 몇 걸음 뒤로 물러섰어요

 

  처마 끝에서 커다란 거미 한 마리가 미동도 없이

  나를 쏘아보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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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시대』 2016-겨울호 <신작시>에서

  * 이정오/ 충남 출생, 2010년부터『문장』으로 등단, 시집『달에서 여자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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