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당신을 떠난다/ 최진화

검지 정숙자 2016. 12. 18. 23:24

 

 

    당신을 떠난다

 

    최진화

 

 

  회색빛 바다에 배 한 척 떠 있다

 

  정박할 곳 보이지 않는

  마음 한가운데로

  별빛이 그려준 항로가

  희미하게 걸어온다

 

  자주 멈추던 시계바늘이

  종소리를 내며 돌기 시작하고

  둥글게 오려진 바람 한 조각

  오래된 친구처럼 남루한 돛을 어루만진다

 

  잊어서 살아남은 살아서 잊어가는

  사람들의 나라로

  울부짖는 파도를 가르며

  배는 부서진 노를 서서히 저어간다

 

  이제

  당신을 떠난다

 

    ----------------

  *『불교문예』 2016-겨울호 <신작시>에서

  * 최진화/ 2006년『문학나무』로 등단, 시집『푸른 사과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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