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마음의 제국*/ 김안

검지 정숙자 2016. 12. 18. 02:38

 

 

    마음의 제국*

 

     김안

 

 

  너는 나를 미워하도록 예정되어 있는 사람이다.

  언젠가 그 순간이 닥쳐올 것이고

  그 순간을 위하여 지금 나는 더더욱 착해지려 노력한다.

  나는 버림받은 개의 눈동자를 흉내 내며

  슬퍼 보이려고 노력한다.

  노력이 중요하다.

  기억의 빛이 너를 미움에 눈멀게 할 것이다.

 

  내가 미워했던 한 평론가를 생각해본다.

  예정되어 있었을까,

  그는 사라졌고,

  그를 기억하는 이들도 사라졌고,

  그를 미워하게 된 이유도 사라졌고, 이제

  그는 옹색한 미움으로만 내 안에 남아

  있다.

  그렇게 있다는 것은 나의 노력이 모자란 것.

  그는 사라지지 않았다.

  사라지지 않아 졀멸했다.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어디선가 개처럼……

 

  사람들이 울기 시작한다. 울다가, 여전히 울고 있는 사람들을 때린다.

같은 표정으로, 내내 우는 사람들도, 우는 사람들을 때리는 사람들도 같

은 표정으로 마주앉아 같은 얼굴로 변해가면서 누군가는 때리고 누군가

는 여전히 울고 그러다가 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비극과 얕고 단순한 선

의와 선의의 폭력들과 결말들.

 

  메시아는 언제 강림해야 할까

  기도보다 빠르게.

  말보다 빠르게.

  비명보다 빠르게.

  그러니 이미 늦었는지도.

  몇 년 동안이나

  네가 있는 배경 속에 내가 있을 수 있을까.

  노력이 중요하다.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너는 나를 미워하도록 예정되어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키운 회양목보다 메시아는 커다랄 것이다.

  메시아가 오기 전까지는

  너와 나는 기도하지 않을 것이다.

  울지 않을 것이다.

     -전문-

 

   * '언니네이발관'의 노래 제목에서 빌렸다.

 

     ----------------

  *『작가세계』 2016-겨울호 <시>에서

  * 김안/  2004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오빠 생각』『미제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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