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각자시대/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6. 12. 17. 02:23

 

 

    각자시대

 

    정숙자

 

 

  무엇을 감지했을까

  무엇을 보았을까

  제 발자국만으로 족히 마을을 이룬 한 그루

 

  숲속에서

 

  몹시도 흔들리는 푸른 잎, 한 잎

  무엇이 불안한 걸까

  혹, 앓는 것일까

  저 격렬함흐느낌일까

 

  다른 잎 모두 잔잔하건만, 한 기둥에 난 잎들이건만 한 잎 한 잎

엇이 다른 한 잎들일까? 제각각 다른 하늘 노 젓는 딴 잎들일까

 

  이 또한 아랑곳없는 투명이로다

 

  지금껏 그래왔다면, 장차 어떤 잎이라 해도 저리 혼자 여위는 날, 캄캄

한 날, 흐느끼지 않을 수 없는 날 끊임없이 닥칠 수 있단 말인가

 

  먼데서부터 악몽(惡夢)이 꿈틀거리면

  그 둘레가 점점 좁혀져오면

  혼자, 몹시도

  흔들리는 나뭇잎 아래

  나이테 사이사이 잠 못 드는 눈 

 

  꽃 한 송이 맺히기가 어디 그리 쉽던가요?

 

  나무는 제자리서 그렇게 먼 길을 가고

  행인은 겨울까지 그렇게 먼 길을 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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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세계』 2016-겨울호 <시>에서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뿌리 깊은 달』, 산문집 『밝은음자리표』『행복음자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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