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싯다르타/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6. 12. 17. 02:11

 

 

    싯다르타

 

    정숙자

 

 

  흔들린다. 그 흔들림 하나가 쌓인다

  흔들리지 않는다. 그 흔들리지 않음 하나가 쌓인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흔들린다

  흔들림과 흔들리지 않음 사이에 반복이 자리한다

 

  ‘살다’를 흔들어 한 음절로 줄이면 삶

  파자(破字)된 ‘사람’을 한 점으로 꾸려도 삶

  그리고 모음 하나가 남는다

 

  ,

 

  홀로 선 ‘ㅏ’의 무게가 한쪽으로 쏠린다. 발목에 힘을 준다. 자신도 모

르는 사이 땅에 꽂힌다. 지하세계. 공기가 어둠이다.

  어둠? 함께할밖에. 그를 대면하고 풀어가는 거기서부터가 진짜 삶일

수밖에. 그게 곧 파자 이전의 성어로의 복귀 혹은 진일보,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흔들릴 수 없는

  사다리도 닿지 않는 거기서

 

  새벽을 물어가는 거다

  뿌리를 세워가는 거다

 

  홀로? ‘ㅏ’ 는 홀로가 아니었다. 움 하나가 붙어 있었어.

방향을 틀면 그 움 하나가 사람이라는 뜻도 받쳐주었지.

움 하나가 시옷도 만들어주고, 그 움 하나가 부처로의 출

발도 가능하게 해주었어. 무한 수열의 단위, 나뭇가지의

배열이었던 거야.

 

  싯다르타, 그는

  흔들림과 어둠과 홀로를 수용한

  누적의 용량이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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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세계』 2016-겨울호 <시>에서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뿌리 깊은 달』, 산문집 『밝은음자리표』『행복음자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