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칼집/ 박해람

검지 정숙자 2016. 12. 15. 14:53

 

 

    칼집

 

    박해람

 

 

  전전긍긍하는

  틈,

 

  저 좁은 날도 집이 있다.

  고독하다는 것

  자신의 몸에서 나는 피 냄새를 주식(主食)으로 견디는 것이다.

 

  우리는 무뎌진 칼날로 뼈를 삼고 있나

  그 칼날로 혈연을 베고 단호(斷乎)한 이름이 되려는 것처럼

  칼 한 자루씩 들어있는,

  사월의 목련나무들은 칼춤을 춘다.

 

  예리한 날도 가끔은

  딱 맞는 집에 들어 보호받을 때가 있는 것이다.

  초록을 베지 못한 칼은

  훗날 휘청거리고

  좁은 날을 따라 간혹 꽃이 핀다고 한다.

 

  허공의 원한을 한바탕 섞은 후

  칼이 귀가한다.

  파릇한 물기슭이 제집을 찾아 들어가듯

  노을이 저녁 속으로

  편안해지듯.

 

  몸은 온갖 원한의 집인가

  쓸쓸하게 쓰린 내상(內傷)을 다스리며

  칼집과 목련나무들의 동병상련이

  절그럭, 절그럭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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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청춘』 2016-겨울호 <문학청춘의 시와 시인>에서

  * 박해람/ 1968년 강원도 강릉 출생, 199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낡은 침대의 배후가 되어 가는 사내』『백 리를 기다리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