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모래 고래/ 김제김영

검지 정숙자 2016. 12. 15. 14:16

 

 

    모래 고래

 

     김제김영

 

 

  파도는 절판되었다

 

  먹구름 속 성난 구호들

  쏟아져 내리는 문장들

  어딘가로 내몰리는 붉덩물이

  뒤틀리는 허리를 그러쥐었다

 

  번번이 파본으로 넘겨지는 신의 약속

 

  새벽 종소리에 물결치는 바람은,

  신기루를 보았을까

  사구마다 숨을 죽이고 엎드린 여분의 바다들

 

  나일강을 떠돌다가

  갠지스강을 표류하다가

  모래 고래를 타고 돌아오는 노래들

 

  비늘을 뭉개버린 모래 고래가

  꿈틀, 거기서부터

  파도를 증명하는 임계점이 된다

 

  모래 고래가 키우려던 풀잎들

 

  깜깜한 씨앗들 날아가기 하루 전

  모래 고래는 묵묵히 바다를 양각한다

  고인 울음이 흩어지며 일어서는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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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청춘』 2016-겨울호 <집중특집>에서

  * 김제김영/ 전북 김제 출생, 1996년 시집『눈감아서 환한 세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다시 길눈 뜨다』『나비편지』, 수필집『뜬돌로 사는 일『잘가요, 어리광』외, 강의록『활동중심의 독서교육』, 어휘모음집『쥐코밥상』, 학습서『퍼즐로 만나는 시조세상』, 공저『즐거운 문학수업』, 전북시인상 · 전북여류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