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안쪽/ 최석균

검지 정숙자 2016. 12. 15. 13:50

 

 

    안쪽

 

    최석균

 

 

  울타리가 쳐졌고 안쪽이 생겼다

  안쪽은 샘터, 예고 없이 피운 물안개로

  감쪽같이 울타리를 덮었다

 

  안쪽은 파랑, 섬처럼 떠다녔다

  봄이 오지 않아야 한다는 말의 파고는 높았고

  울음이 큰물 질 것이라는 예감은 적중했다

  채찍비를 맞은 다음 날엔

  울타리의 빗방울과 눈송이가 유난히 빛났다

 

  안쪽은 태생적으로 구름을 사랑했다

  안쪽은 울타리의 구멍이 무서워

  태풍의 눈 속으로 숨어드는 걸 좋아했다

 

  울타리는 작아지고 정교해졌다

  안쪽의 원천이 궁금해 발꿈치를 들면

  은하수가 쏟아지거나 눈사태가 났다

  안쪽의 사랑은 안전할까 파란만장에 빠지는 건 아닐까

 

  얼음이 배달되지 않는 사건보다

  물소리가 안 들리는 현상에 민감했기에

  구름은 자주 울타리에 불을 지폈다

  그때마다 안쪽에 물이 흐르고 안개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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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 2016-겨울호 <신작시>에서

   * 최석균/ 2004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시집『배롱나무 근처』『手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