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쪽
최석균
울타리가 쳐졌고 안쪽이 생겼다
안쪽은 샘터, 예고 없이 피운 물안개로
감쪽같이 울타리를 덮었다
안쪽은 파랑, 섬처럼 떠다녔다
봄이 오지 않아야 한다는 말의 파고는 높았고
울음이 큰물 질 것이라는 예감은 적중했다
채찍비를 맞은 다음 날엔
울타리의 빗방울과 눈송이가 유난히 빛났다
안쪽은 태생적으로 구름을 사랑했다
안쪽은 울타리의 구멍이 무서워
태풍의 눈 속으로 숨어드는 걸 좋아했다
울타리는 작아지고 정교해졌다
안쪽의 원천이 궁금해 발꿈치를 들면
은하수가 쏟아지거나 눈사태가 났다
안쪽의 사랑은 안전할까 파란만장에 빠지는 건 아닐까
얼음이 배달되지 않는 사건보다
물소리가 안 들리는 현상에 민감했기에
구름은 자주 울타리에 불을 지폈다
그때마다 안쪽에 물이 흐르고 안개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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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2016-겨울호 <신작시>에서
* 최석균/ 2004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시집『배롱나무 근처』『手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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