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공동묘지
김명인
지정석이 없는 주검자리라 해도
아무 곳에나 흩뿌려선 안 된다고 한다
유골함을 앞장세운 일행은
팻말이 가리키는 바다 공동묘지 근처로 왔다
예보된 조석보다 물은 더 멀리 밀려나 있어
배를 빌려 조금 나아간 골 자리
몇 줌의 뼛가루로 뿌리니 주검이
구름에 사무친 듯 반짝, 핏빛 해를 켜든다
굳이 수목장이나 추모공원을 마다한 건
망자의 고향이 동해고 이쪽도 바다인 까닭,
태생이 동녘인 어둠이 밀려와서
흩어지는 서해를 순식간에 휩쓸어간다
그 끝자리에서 일행은 우두망찰하지만
파정하고 돌아가는 썰물 더는 기다리지 않는다
저렇게 흩뿌려지는 주검 작은 물고기가 한 입 물고
더 큰 물고기의 뱃속에 들었다가
어느 어부의 그물에 걸려 밥상머리 조림으로 오른들
늙은 어미가 입맞춤하는 비린 슬픔
흩어져버린 그가 담당하겠는가?
내내 동두렷할 바다 공동묘지에서!
----------------
*『시작』 2016-겨울호 <신작시>에서
* 김명인/ 1946년 경북 울진군 출생, 1973년 《중앙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길의 침묵』『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등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모래 고래/ 김제김영 (0) | 2016.12.15 |
|---|---|
| 안쪽/ 최석균 (0) | 2016.12.15 |
| 안서현_닮다와 닿다(발췌)/ 벽조목 : 박찬세 (0) | 2016.12.14 |
| 빈집/ 김주대 (0) | 2016.12.14 |
| 뿌리/ 박종국 (0) | 2016.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