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김주대
허공에 그어놓은 거미의 영토에 깨알 같은
주검들 나부끼는 곳
기억을 더듬으며 걸어간 덩굴풀
무성한 마당 가로질러 그도 다녀갔는지
부서진 문이 열린다
건너편 깨진 유리창으로 들어온 햇살이
먼지 같은 손을 내밀고
처마 끝에서 풀썩, 도둑고양이가 떨어진다
거미가 머리를 들고 제 몸을 토하는 집
혼자 운다
허공의 한 점에 눈길을 풀다
움켜쥐고 온 시간을 내려놓으면
노을 지던 들판처럼 마음이 젖는다
뒷모습만으로 걷던 날들
아직 도달하지 못한 곳에 서 있다
바람과 달빛이 다녀가는 몸
노랑제비꽃 봄망초 장다리꽃 유언들
우리 그만 사랑하자고 내달리던 시절
농약병처럼 뒹군다
나는 빈집
남은 삶도 오래 빈집일 거라고
도달하지 못한 내 안을 곧 도달할 것처럼 걷는다
도둑고양이처럼 얼굴에 떨어지는 기억으로
버리고 온 가족들의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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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2016-겨울호 <오늘의 시인/ 신작시>에서
* 김주대/ 1989년 『민중시』, 1991년 『창작과 비평』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도화동 사십 계단』『사랑을 기억하는 방식』외, 시화집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현재《한겨레 신문》「김주대 시인의 붓」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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