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침대 위의 독서/ 변희수

검지 정숙자 2016. 12. 10. 22:29

 

 

    침대 위의 독서

 

    변희수

 

 

  침대는 조용히 누워 있다

  퀸이나 킹이 되지 못한 자처럼

  침대는 그냥 더블이 되어

  침묵하고 있다

 

  잠이 들지 못한 채

  세상 밖으로 떠밀려 나온 사람처럼

  세상 속으로 흘러들어온 사람처럼

  우리는 나란히 누워 있다

 

  우리는 침대처럼 더블이고

  우리는 침대처럼 침묵하고 있고

  사랑하지만 사랑을 권할 수 없는 침대에게

  더블의 세계는 가능한가

 

  이 방에는 침대가 중심이고

  침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고

  더블이지만 싱글처럼 누적된 사랑과 침묵

  이 침대는 넓고 이 침대는 조금 복잡하고

  누워 있는 침대를 일으켜보려고

  우리는 한밤의 석고상처럼 앉아 있다

  누워 있다

 

  우리는 각자의 책을 펼쳐 든다

  침대 위의 독서를 시작한다

  침대가 권하는 묵독의 형식으로 돌아누운 등

  밤마다 잠들지 못하는 책들의 몽유

 

  침대는 마침 더블이고

  우리는 침대에 마침맞게 더블이고

  우리는 가끔씩 기대거나 걸터앉아보지만

 

  이 방에는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는

  침대가 있다 더블이 있다 어떤 페이지들은

 

  밤새 침대 밖에 유령처럼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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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16-11월호 <신인특집>에서

  * 변희수/ 2016년 《경향신문》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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