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페달
김은지
이 섬에서 나는 순록을 기다렸다
불가사리를 구경하다가
굴 한 바구니를 담아 오기도 하고
딱따구리가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하는 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기도 했다
금빛 풀숲에서
풀보다 키 작은 토끼를 쫓아다니고
옛날 종이를 만들었다는 공장의 차가운 물레를
양팔로 안아 보았다
그런 걸 말해 줘서 고마워,
굴 껍데기 위에 촛불을 켜고
물개와 고래에 대해 적혀 있는 나무 기둥에 기대어
고래 떼가 지나가는 길을 그려 보면서
나는 내내 순록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네 마음만 생각해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마
고루 뻗은 뿔
물을 뜨러 가던 나를 응시하는 새까만 눈을
사라지는 다음 장면은 없는
말처럼 커다란 몸을
촛농이 다 녹을 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 섬에서는 아무도
나를 본 일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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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2016-11월호 <신인특집>에서
* 김은지/ 201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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