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왼쪽 페달/ 김은지

검지 정숙자 2016. 12. 10. 22:18

 

 

    왼쪽 페달

 

    김은지

 

 

  이 섬에서 나는 순록을 기다렸다

 

  불가사리를 구경하다가

  굴 한 바구니를 담아 오기도 하고

  딱따구리가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하는 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기도 했다

 

  금빛 풀숲에서

  풀보다 키 작은 토끼를 쫓아다니고

  옛날 종이를 만들었다는 공장의 차가운 물레를

  양팔로 안아 보았다

 

      그런 걸 말해 줘서 고마워,

 

  굴 껍데기 위에 촛불을 켜고

  물개와 고래에 대해 적혀 있는 나무 기둥에 기대어

  고래 떼가 지나가는 길을 그려 보면서

  나는 내내 순록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네 마음만 생각해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마

 

  고루 뻗은 뿔

  물을 뜨러 가던 나를 응시하는 새까만 눈을

  사라지는 다음 장면은 없는

  말처럼 커다란 몸을

 

  촛농이 다 녹을 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 섬에서는 아무도

  나를 본 일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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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2016-11월호 <신인특집>에서

  * 김은지/ 2016년 『실천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