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잃기 위하여
김경년
그때 그들은 얼마나 순진했던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기억의 숲을 헤매고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을
백지 위에 펜으로 잡아 매던
그 시절.
이제 똑똑한 우리들은
시간을 잃기에 바쁘다.
빨리 빨리 먹고
빨리 빨리 쓰고
빨리 빨리 시간이
가기를 기다린다.
살아 있는 것들은
빨리 빨리 살고
죽어 가는 것들은
빨리 빨리 죽고
모든 것들은 빨리 빨리
망각의 벼랑으로
신속히 내몰아,
우리 뒤에 남는 것은
고속도로 위에
검은 타이어가 벗겨지며 그어 놓은
무서운 속도의 자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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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리문학』 2016. Summer / vol.3 <신작시>에서
* 김경년/ 1940년 서울 출생, 1967년 도미, 전 버클리대 한국어 교수, 버클리문학 편집위원, 시집 『달팽이가 그어 놓은 작은 점선』, 번역서 딕테(차학경 저), 윤동주 시전집, 김승희 시선집, 둔황의 사랑(윤후명 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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