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오래된 책장/ 김선호

검지 정숙자 2016. 12. 9. 22:41

 

 

    오래된 책장

 

    김선호

 

 

  쥐에 갉아 먹힌 종이같이 울퉁불퉁한 노면에

  거미줄이 늘어져있고

  쌓인 나뭇잎은 거무스름하게 퇴색되고 있다

 

  선조들이 책 봇짐을 지고

  수없이 걸어 만든 산길

  새와 구름도 수많은 글귀를 흘려보냈다

  정상을 향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걷는데

  돌멩이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넘긴 문장으로

  발길에 자꾸만 밟힌다

  할아버지 시대

  아니, 그 이전부터 고서로 닳아 있다

  신작로가 만든 속도로 지워지는 풍경 속에서

  남기고 간 발자국을 탁본으로 새기느라

  굴러다닌 탓이다 

 

  계룡산 굽이길

  할아버지의 책장 속에서 꺼내

  내용은 모르고 겉만 훑던 책처럼

  굽이진 채 접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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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엠포엠』 2016-겨울호 <신작시>에서

   * 김선호/ 충남 공주 출생, 2001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몸속에 시계를 달다』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