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책장
김선호
쥐에 갉아 먹힌 종이같이 울퉁불퉁한 노면에
거미줄이 늘어져있고
쌓인 나뭇잎은 거무스름하게 퇴색되고 있다
선조들이 책 봇짐을 지고
수없이 걸어 만든 산길
새와 구름도 수많은 글귀를 흘려보냈다
정상을 향해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걷는데
돌멩이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넘긴 문장으로
발길에 자꾸만 밟힌다
할아버지 시대
아니, 그 이전부터 고서로 닳아 있다
신작로가 만든 속도로 지워지는 풍경 속에서
남기고 간 발자국을 탁본으로 새기느라
굴러다닌 탓이다
계룡산 굽이길
할아버지의 책장 속에서 꺼내
내용은 모르고 겉만 훑던 책처럼
굽이진 채 접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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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엠포엠』 2016-겨울호 <신작시>에서
* 김선호/ 충남 공주 출생, 2001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몸속에 시계를 달다』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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