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영혼을 보았다
조정인
그처럼 친숙한 감정이 들었던 이유는소울메이트의 재회였기 때문.
-로렌 맥콜, 『영원한 선물』에서.
저문 도로였다. 개 한 마리 걸음을 멈추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질문이 교차하
는 눈빛은 찌르듯이 슬펐다. 질문은 실은, 하나였다.
*
구름이 함박눈을 쏟아낼 때의 감정이라 적는다
너를 안고 비 뿌리는 산책로를 향했다. 이별의식을 치르는 우산 위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너의, 동그랗고 예쁜 머리통에 입술을 얹었다. 빗방울 하나가 엷게 입
술에 스몄다. 흐리게 끼어드는 하늘이다. 너는 미세하게 기운다. 빗방울 하나의
번짐보다 옅은 숨을 나는 받는다. 턱밑에 다가온 죽음의 기미를 내 왼쪽 가슴이
다 받아낸다.
(하나의 혼이 다른 하나에게 다다르려면 어떤 경로를 거쳐야 하나. 내 곤한 잠
을 너는 얼마나 핥았던 것일까. 네가 오고 며칠 후, 꿈이었다. 목 아래로 석고를
입은 작은 개가 집으로 들어왔다. 절뚝이는 걸음의 기울기까지 너를 꼭 닮은 갈
색 개였다. 아니, 너였다. 꿈 이편의 너는, 대문을 들어선 저편의 네 주위를 절름
절름 돌며, 핥으며, 어쩔 줄을 몰랐다. 생명의 격발: 너는 점점 금빛 불꽃으로 휩
싸였다. 저편의 너를 무릎에 올리고 석고를 뜯어냈다. 미끌미끌한 몸뚱이가 만
져졌다. 너를 안고 들어간 부엌엔 더운물이 넘쳤다. 손으로 물을 받아 바싹 마
른 주둥이에 대주었다. 달콤한 물이 너의 전신에 번져갔다. 깨끗해진 콧구멍으
로 훈훈한 공기가 들락거렸다. 타월로 싸여 안도하는 너의 두 눈에 천국이 떠올
랐다. ……꿈은 너무도 소상했다. 발가락 사이 물기를 닦으며, 너를 처음 만난 그
날과 꿈속의 스크린이 하나인 걸 알았다. 하나 속으로 사라진 둘. 둘 속으로 사라
진 하나인 너, 너 역시 이 일의 전후를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던 거다. 고작 한 마
리 개인 네가 지금 얼마나 기쁜 영혼인지, 얼마나 온전한 불꽃인지를 알려오던
밤. 네 혼의 밝기로 인간의 잠은 또 얼마나 환했겠나.)
인간의 침대에서 인간의 겨드랑이에 코를 묻고 잠들며, 너는 존재의 평등을 나
눠 갖는 기분이었나. 아주 걸을 수 없게 된 두 해 동안 너는 늘 내 왼쪽 가슴에 안
겨 산책을 나갔다. 간혹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던 고요한 눈빛, 두 눈에 잠긴
천국이 가만가만 나를 흔들었지.
간절히 재촉하는 걸음으로 산책에서 돌아왔을 때, 안긴 그대로 너는 고개를 떨
어뜨렸다. 싱크대 더운물을 받아 너를 씻긴다. 늘어뜨린 목을 손바닥에 고이 받
쳐 씻는다. 잘 가라. 나의 부서질 듯 쇠잔했던 작은 개. 시야 가득 재(-灰)의 꽃잎
이 흩날리는 하오 4시 30분. 나에게서 세차게 종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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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여는세상』 2016-겨울호 <신작>에서
* 조정인/ 1998년 『창비』로 등단, 시집『장미의 내용』, 동시집『새가 되고 싶은 양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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