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어디에선가 누군가/ 박태건

검지 정숙자 2016. 12. 8. 01:57

 

 

    어디에선가 누군가

 

    박태건

 

 

  등을 돌리고 앉아

  무언가 골똘히 들여다보는

  벽,

 

  수백 개의 눈을 가졌다는

  신화 속 괴물처럼

  수십 개의 창문으로 건물 밖을 지켜본다.

 

  저 벽 안에도

  수십 개의 문과

  수백 개의 의자와

  수천 개의 욕설을 받아주는 화장실이 있을 것이다.

 

  들어간 것인가

  나올 것인가.

 

  벽을 스크린 삼아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계절이 지나간다.

 

  벽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토해내고 다시 삼킨다.

  벽에서 나온 사람들은

  벽을 닮아 무언가 골똘한 표정이다.

 

  누구나 그 벽 앞에 서 있으면

  언젠가는 또 하나의 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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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여는세상』 2016-겨울호 <신작>에서

  * 박태건/ 1995년 《전북일보》《시와반시》로 등단, 산문집『나그네는 바람의 마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