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혈자리를 짚다/ 김경숙

검지 정숙자 2016. 12. 6. 23:51

 

 

    혈자리를 짚다

 

    김경숙

 

 

  몸속, 피들이 숨을 쉬는 곳이 있다.

  나는 그 곳곳에 숨을 못 박아 놓고

  톡톡 아주 작은 망치질 소리를 만진다

  그곳은 이음새들이다

  한 몸을 이어붙이거나 덧대어서

  열고 닫을 때마다 삐거덕 소리가 나는

  창문 같은 곳

  가끔 진맥으로 열어본다

 

  뛴다,

  잠자는 동안에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중에도

  한 며칠 몸 눕혀 앓는 동안에도

  돌보지 않아도

  그곳들은 쉬지 않고 뛴다

  여울처럼 달린다

 

  오래된 집은 벽과 벽을 통해

  못들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어머니 뱃속에서 열 달 공사를 마친

  지금도 여차하면 쿵쿵거리거나

  두근거리며 수리를 하고 있는 내 몸

  붉게 녹슨 피들이 어디론가 뛰어가고 있지만

  언젠가는 일제히 뽑히는 못이 있다고 한다

  누가 지어 놓았는지도 모르고

  하나같이 쿵쿵거리는 것들이다

  세 들어 살다가 차츰 허물어지는 그쯤으로

  뛰고 또 뛰는 곳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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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 2016-겨울호 <예술가 신작시>에서

  * 김경숙/ 200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소리들이 건너다』『얼룩을 읽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