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정철훈_문학사의 풍경(발췌)/ 어머니의 나라말 : 송경동

검지 정숙자 2016. 12. 4. 23:40

 

 

    어머니의 나라말

 

      송경동

 

 

  우리는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벌교 사람이었지만

  어머니는 오랫동안

  혼자 '여천떡'이었다

 

  이름이 따로 없다가

  내가 학생이 되고서야 가끔씩

  생활기록부 속에서

  '이청자' 씨가 되었다

 

  밥도 부뚜막에서 혼자 먹고

  늘 맨 뒤에서 허둥지둥

  무언가를 이고 지며 따라오던 사람

  모두가 잠자리에 든 뒤 들어왔다

  새벽녘이면 슬그머니

  빠져나가던 사람

 

  어디선가 빌려와

  언젠가 돌려보내줘야 할

  딴 나라 사람 같던

  어머니

 

  가장 가깝고도 머나먼

  소라와 조개가 많이 난다는

  어머니의 그 나라말을

  우리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전문-

 

 

  '해남에서 만난 이지엽과 송경동'에서(발췌) _ 정철훈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용접을 하고, 밤이면 쪽방에 돌아와 촛불 켜고 시를 쓰던 그는 한길문학학교에 등록해 그곳에서 김남주, 이시영, 정희성 시인에게 2년 동안 시를 배웠다. 그리고 찾아간 곳이 구로노동자문학회였다. 본격적으로 노동시를 쓰면서 사회운동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수상 소감( 윤선도의 호를 딴 제16회 고산문학대상의 두 수상자 이지엽-시조 부문, 송경동-시 부문) 말미에 "이야기로만은 가닿지 못한 어떤 비밀스런 생의 말들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찾아갈 엄두도 못 낸다고 겸손해 했다. 하지만 그의 시를 읽어보면 그는 이미 그 비밀을 들여다본 것은 물론 고산의 정신을 계승한 우리 시대의 리얼리스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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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동네』 2016-12월호 <정철훈의 문학사의 풍경>에서

  * 정철훈/ 1997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뻬쩨르부르그로 가는 마지막 열차』『빛나는 단도』외 다수의 시집과 장편소설, 산문집이 있음. 시인 · 소설가 · 문학저널리스트. 국민일보 논설위원 · 문화부장 · 문학전문기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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