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환각의 희생자/ 하재연

검지 정숙자 2016. 12. 4. 18:02

 

 

    환각의 희생자

 

    하재연

 

 

  이것이 현실이라면

  내 얼굴은 무너져내리는 폭포수입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뒤가 앞이 되니까요

 

  누가 자꾸 나의 꿈을 이야기합니까

  나의 머릿속을 한번 열어준 적 없는데

  심장을 오른쪽으로 옮겨놓은?

  집도의가 누구입니까

 

  육신의 통증이

  나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갑니다

  드디어 폭발하였고 나는?

  나의 아이들을 떠나서

 

  죽음을 맞고 있는 남편 앞에서

  유언장을 태우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봅니다

 

  이제 곧 미망인이 될

  어린 신부들의 옆얼굴이 이루는 긴 대열을

  거꾸로 뛰는 심장에서

  길어지는 시간들을

  하나의 고리로 겨우 이은 후 뛰어넘었습니다

 

  죽음이 될 뻔한

  비행에서 돌아와

 

  아름다운 정원의 장미들을 망가뜨리며 착지한

  나의 비행 기록입니다

  이것이 현실이라면

  내 얼굴은 밤에 떠오른 무의미한 달의 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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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동네』 2016-12월호 <詩 # 2>에서

  * 하재연/ 2002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라디오 데이즈』『세계의 모든 해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