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의 희생자
하재연
이것이 현실이라면
내 얼굴은 무너져내리는 폭포수입니다
눈물이 앞을 가리고
뒤가 앞이 되니까요
누가 자꾸 나의 꿈을 이야기합니까
나의 머릿속을 한번 열어준 적 없는데
심장을 오른쪽으로 옮겨놓은?
집도의가 누구입니까
육신의 통증이
나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갑니다
드디어 폭발하였고 나는?
나의 아이들을 떠나서
죽음을 맞고 있는 남편 앞에서
유언장을 태우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봅니다
이제 곧 미망인이 될
어린 신부들의 옆얼굴이 이루는 긴 대열을
거꾸로 뛰는 심장에서
길어지는 시간들을
하나의 고리로 겨우 이은 후 뛰어넘었습니다
죽음이 될 뻔한
비행에서 돌아와
아름다운 정원의 장미들을 망가뜨리며 착지한
나의 비행 기록입니다
이것이 현실이라면
내 얼굴은 밤에 떠오른 무의미한 달의 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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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 2016-12월호 <詩 # 2>에서
* 하재연/ 2002년 『문학과사회』로 등단, 시집『라디오 데이즈』『세계의 모든 해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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