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대곡선
이 필
목련이 양떼처럼 봄밤을 몰고 가면,
목동은 별의 발자국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별과 별을 이어보는 손끝, 차가운 너의 입김이 어둠의 곁을 환히 아프
게 하겠다 새로 첫 잎이 돋고 백목련 가지는 봄의 대곡선을 지나 동쪽으로
조금씩 고개를 기울였지 여기는 잊힌 별 아크투루스, 별은 사람으로부터
돋아나고 어느 수도사의 필사본에 찍힌 새벽처럼 먼 곳에 닿을 안부 같은
것, 잎과 잎이 포개어져 봄의 한 생을 이룰 때
수억 광년, 별들도 저무는 사이
북극성처럼 가지의 길을 알려주는 목련꽃도 있어
처녀자리 아래 발굴된 별의 화석
돌 속으로 스민 입맞춤을 누군가 긁어내면
낯선 온기를 가만 흐느낄 텐데
목련나무 한 그루
제 안의 꽃봉오리로 별자리를 이루고 있다
----------------
*『문학사상』 2016-12월호 <2016년 『문학사상』제69회 신인문학상 당선작> 6편 중에서
* 이 필/ 1972년 경북 영주 출생, 숙명여대 영문학 전공했음.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환각의 희생자/ 하재연 (0) | 2016.12.04 |
|---|---|
| 달고기와 눈치/ 박서영 (0) | 2016.12.02 |
| 포클레인/ 최금진 (0) | 2016.11.30 |
| 도서관 앞에서/ 박순숙 (0) | 2016.11.29 |
| 용서고속도로를 달리며/ 김승희 (0) | 2016.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