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폼페이를 가다/ 박분필

검지 정숙자 2016. 11. 27. 13:00

 

 

    폼페이를 가다

 

    박분필

 

 

  이 거리에는 지금

  햇살이 쏟아지고 있는데

 

  육탈된 어느 바람들이 잿더미 속에 묻혀있는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다 타버렸다 총총한 눈빛들 모두

  그 눈빛들이 거닐던 시장골목과 술집과 빵집들

  잿더미 속에서 잿더미 속을 증언하고 있다

 

  하얀 뼈들……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것이 뼈다

  눈물 속까지도 단단하게 굳어버린 것이 뼈다

  문지방을 넘지 못한 뼈들이 문밖을 내다보고 있다

 

  날 닮은 당신을 몇 생 이전의 내 모습이라고 말해도 될지

  당신의 손을 잡고 물어보고 싶은데, 당신은 손이 없고 하얀 해골로 빛나

  머리도 없이 잡아달라고 내민 저 손은 누구의 손이며, 무얼 말하고 싶은

  다독이고 싶은 저 어깨는 누구의 어깨인지

 

  문득

  백두산이 死화산이 아니라는 전문가의 말이 무서워진다

 

  아직은 발굴하지 못한 폼페이 최후의 날,

  그 잿더미 위에다 집을 지은 사람들의 빨래가 펄럭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현재는 현재고 과거는 과거라는 듯이

 

  숯덩이 기둥들을 바라보느라 나는 잠깐 숨이 막혔고

  살아있는 빨래들이 빨랫줄에서 반짝반짝 숨 쉰다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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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나무』2016-겨울호 <신작시>에서

  * 박분필/ 1996년 시집『청포잎이 바람에 흔들리다』로 작품 활동 시작 , 시집『산고양이를 보다』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