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제12회 김삿갓문학상 수상자 대표시 4편 중 1편>
다보탑을 줍다
유안진
고개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을 주웠다
국보 제20호를 줍는 횡재를 했다
석존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땅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多寶塔을
두 발 닿은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어깨 치고 지나간 행인 중에 석존이 계셨는가
고개만 떨구면 세상은 아무데나 불굴정토 되는가
정신 차려 다시 보면 빼알간 구리동전
꺾어진 목고개로 주저앉고 싶은 때는
쓸모 있는 듯 별 쓸모 없는 10원짜리
그렇게 살아왔다는가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전문-
▶ 천진성을 옹호하는 역리(逆理)의 서정(발췌)_유성호
서정시가 펼쳐지는 방식 가운데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는, 그것이 내면을 다루든 풍경을 다루든, 거기 배어 있는 시간의 흔적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행위가 수반된다는 점이다. 이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세계내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삶을 투시하고 반성하려는 시선과 깊이 연관된다. 이때 시간이란 등질적이고 분절된 객관적이고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경험되고 인지되는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것이다. 물론 한 편의 시 안에 배열되는 사물들은 시인의 시선에 의해 채택되고 배제된다. 그러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사물 자체의 풍경과 목소리를 시 안에 고스란히 재현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사물을 우의적으로 활용하려는 은유적 욕망보다는, 풍경에 존재하는 오랜 시간의 파동을 통해 사물의 음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 시인의 심안(心眼)인데, 이때 시인은 '풍경 뒤의 시간'을 바라보는 이(見者)가 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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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2016-겨울호 <특집 제12회 김삿갓문학상 수상자 대표시>에서
* 유안진/ 1941년 경북 안동 출생, 1965~67년『현대문학』3회 추천 완료, 시집『달하』『다보탑을 줍다』『숙맥노트』외 다수, 수필집 『지란지교를 꿈꾸며』『그리운 말 한마디』외. 그 외 번역서와 저서 다수.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한국시인협회상 · 목월문학상 등 다수 수상
* 유성호/ 한양대 인문과학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저서『상징의 숲을 가로질러』『침묵의 파문』『현대시 교육론』『움직이는 기억의 풍경들』등. 팔봉비평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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