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도서관 앞에서/ 박순숙

검지 정숙자 2016. 11. 29. 18:37

 

 

    도서관 앞에서

 

    박순숙

 

 

  그림자로는 칼날을 만들 수 없다고

  억울해 하는 그늘로 짱짱한 햇빛이 풀어진다

  뜨거운 긍정의 책을 읽으란 듯 햇빛이 여러 장 넘어갈 때

  다 읽지 못할 그늘이 나뭇가지에 걸려 파르르 떤다

  지리멸렬의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애벌레 한 마리

  이번 생은 어쩐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어서

  저 중심으로 내달리지 못할 것 같아

  헤픈 웃음만 풀어놓다가

  나는 책 뒤에서

  침엽수에 찔린 울음소리를 듣는다

  삐딱하게 꽂힌 불편한 책은

  완성되었으나 읽히지 않는 한숨

  한여름 콜타르 위로 맨발이었던 뜨거움은

  절벽으로 뛰어내리고 싶었던 전생 때문이었을까

  의심이라곤 하나 없는 햇볕은 행간의 주름을 펴며 

  빛 한 장 툭 떨어뜨린다

  한 장 두 장 떨어져 소복이 쌓이는 난해서

  한낮 동안 날개 퍼득이다 지친

  빛은 명도 낮은 오후로 저벅저벅 걸어간다

    -전문-

 

   ※ 심사위원 : 문효치 · 정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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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月刊文學』 2016-12월호 <제140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