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앞에서
박순숙
그림자로는 칼날을 만들 수 없다고
억울해 하는 그늘로 짱짱한 햇빛이 풀어진다
뜨거운 긍정의 책을 읽으란 듯 햇빛이 여러 장 넘어갈 때
다 읽지 못할 그늘이 나뭇가지에 걸려 파르르 떤다
지리멸렬의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애벌레 한 마리
이번 생은 어쩐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어서
저 중심으로 내달리지 못할 것 같아
헤픈 웃음만 풀어놓다가
나는 책 뒤에서
침엽수에 찔린 울음소리를 듣는다
삐딱하게 꽂힌 불편한 책은
완성되었으나 읽히지 않는 한숨
한여름 콜타르 위로 맨발이었던 뜨거움은
절벽으로 뛰어내리고 싶었던 전생 때문이었을까
의심이라곤 하나 없는 햇볕은 행간의 주름을 펴며
빛 한 장 툭 떨어뜨린다
한 장 두 장 떨어져 소복이 쌓이는 난해서
한낮 동안 날개 퍼득이다 지친
빛은 명도 낮은 오후로 저벅저벅 걸어간다
-전문-
※ 심사위원 : 문효치 · 정성수
-----------------
*『月刊文學』 2016-12월호 <제140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작/ 시>에서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봄의 대곡선/ 이필 (0) | 2016.12.01 |
|---|---|
| 포클레인/ 최금진 (0) | 2016.11.30 |
| 용서고속도로를 달리며/ 김승희 (0) | 2016.11.29 |
| 폼페이를 가다/ 박분필 (0) | 2016.11.27 |
| 유성호_천진성을 옹호하는 역리(逆理)의 서정(발췌)/ 다보탑을 줍다 : 유안진 (0) | 2016.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