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겨울철새 떼/ 김선호

검지 정숙자 2016. 11. 25. 15:17

 

 

    겨울철새 뗴

 

    김선호

 

 

  담수호에 까만 글자들이 모여 있다

  가끔은 오타를 내며

  뛰어 올랐다가 잘못을 수정하며 내려앉는다

 

  연 또는 행을 바꿔가며

  훈민정음 해례본 필사라도 하는 듯

  빼곡한 글로 앉아있는

  가창오리 떼

 

  물 위로 뛰어 올라간 후

  증발해 버린 자리를 기억하고자

  흰 종이를 소리 내어 읽기도 한다

 

  자음과 모음을 이룬 몇 마리 새들은

  비행운을 따라 음표를 그리며 올라간다

  음속을 돌파하며 날아간 자리를 채우느라

  분주해지는 하늘가

 

  떨어진 깃털들은

  기호로 남아있고

  밤새도록 썼으나 부치지 못하는 글귀들로

  호수가 구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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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2016-겨울호 <신작시>에서

  * 김선호/ 2001년『시문학』로 등단, 시집『몸속에 시계를 달다』『햇살마름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