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새 뗴
김선호
담수호에 까만 글자들이 모여 있다
가끔은 오타를 내며
뛰어 올랐다가 잘못을 수정하며 내려앉는다
연 또는 행을 바꿔가며
훈민정음 해례본 필사라도 하는 듯
빼곡한 글로 앉아있는
가창오리 떼
물 위로 뛰어 올라간 후
증발해 버린 자리를 기억하고자
흰 종이를 소리 내어 읽기도 한다
자음과 모음을 이룬 몇 마리 새들은
비행운을 따라 음표를 그리며 올라간다
음속을 돌파하며 날아간 자리를 채우느라
분주해지는 하늘가
떨어진 깃털들은
기호로 남아있고
밤새도록 썼으나 부치지 못하는 글귀들로
호수가 구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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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2016-겨울호 <신작시>에서
* 김선호/ 2001년『시문학』로 등단, 시집『몸속에 시계를 달다』『햇살마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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