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고속도로를 달리며
김승희
용서라니
용서고속도로라니
나 용인 간다, 너 서울 가니
내곡동 헌릉왕릉 뒷길로 가서 용서 고속도로로 진입하지
유난히 많은 긴 터널을 뚫고 달려가면
두 줄기 헤드라이트 불빛에 어둠이 흠칫흠칫 놀라 떨어지고
나란 인간, 뇌에 하얀 붕대를 감고
나란 인간, 자작나무 껍질처럼
살가죽이 쭈욱 쭉 찢어져 내리는데
터널을 나가면
도화지처럼 파란 하늘이 나오고 또 나오고
구름도 나무도 노고지리도 까마귀도 화사하게 환하고
어디선가 베드로가 입원복을 들고 마중 나올 것만 같은
혼자서만 달리는 용서고속도로
언제나 죄는 용서보다 크고
죄의 기억도 용서보다 크고
아무리 유한에 유한을 유한에 유한을 유한에 유한을 보태도
무한이 될 수는 없는데
용서할 수도 없고
용서받을 수도 없는
꽃이 물드는 뼈에선 연방 또 붉은 꽃송이가 피어나고
황홀하게 매 맞으며 가는 길
한 줄기 빛처럼 뻗은 용서고속도로를 달리며
용서고속도로라니
용서라니
하지 못한 용서와 받지 못한 용서가, 아, 또 터널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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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刊文學』 2016-12월호 <시>에서
* 김승희/ 1973년《경향신문》신춘문예(시), 1994년《동아일보》신춘문예(소설) 당선, 시집『태양 미사』『희망이 외롭다』등, 소설집『산타페로 가는 사람』등, 소월시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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