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세상에서 가장 긴 잠옷/ 김원경

검지 정숙자 2016. 11. 23. 02:27

 

 

    세상에서 가장 긴 잠옷

 

     김원경

 

 

  몸에서 빠져나간 길 잃은 소리들

  울음이 시작되자

  바닥에 가라앉은 부유물들이

  일제히 일어나 춤춘다

  울음은 내가 살아내야 할 시간에 먼저 와

  조문을 하고 있다

  땅을 치며 통곡하며

  심한 난청을 앓고 있는 시간에 들어와

  아무리 주파수를 맞춰 너를 찾으려 해도

  지지직 지지직 고장난 라디오

  내가 만지고 갔던 몸에서는

  회오리바람이 불어

  십자드라이버가 부풀어 기억을 조이고

  너에게 돌아가는 손잡이는 자꾸만 빠진다

  왼쪽으로 돌리는 건

  항상 무언가 잠그는 데 필요했다

  얇은 나의 울음은 아직도 발성되지 않은

  활자들을 깁고 있다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기도를 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기도가 막혀 먼저 죽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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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사』2016. 9-10월호 <신작특집>에서

  * 김원경/ 2005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