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바른 자세로 앉아/ 최설

검지 정숙자 2016. 11. 23. 02:36

 

 

    바른 자세로 앉아

 

     최설

 

 

  엎드린 것들은 오래도록 우는 듯하지

  목 뒤에서 엉덩이까지 척추가 들어날 때

  척추의 두께만큼 몸통이 둘로 나뉠 때

  엎드린 등은 슬픔의 굴곡이 된다

  너는 얼굴 없이 등 뒤로 말하는 사람

 

  엎드린 개와

  엎드린 노인

  종일토록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알고 있지

  뭉개지는 가슴과

  돌처럼 딱딱해지는 뱃가죽의 온도를

  고개를 들어보면 목덜미가 꺾일 것 같아

  오늘도 머리를 숙인 채 걸어가는 사람

 

  엎드린 너의 등을 천천히 두드릴 때 너는 눈을 감고 있어야겠지만

마디마디 뾰족해야겠지만 목에서 하나 둘 내려오는 네 슬픔은 꼬리뼈

에서 뚝 떨어진다 엉덩이의 묵직함으로 너는 고개를 흔들며 묻어버리

곤 하겠지만

 

  등에 등을 포갠다

  같은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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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사』2016. 9-10월호 <신작특집>에서

  * 최설/ 2015년 『현대시』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