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뒷골목/ 이선균

검지 정숙자 2016. 11. 11. 02:01

 

 

    뒷골목

 

    이선균

 

 

  단축번호 누르는 것마저 잊을까 싶어

  수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거듭 받는 동안

 

  무통환자인 아버지와 긴긴 통화를 할 때

  노모가 잠시라도 고통의 굴레로부터 벗어나기를 비는 동안

 

  느닷없이 딸에게, 아주머닌 뉘슈?

  하는 캄캄한 날 들이닥칠까 싶어

 

  저녁 천변을 걷고 또 걸으며

  당신의 노래에 추임새를 넣는 동안

 

  저러다 노모가 먼저 쓰러지면 어쩌나,

  모래알 털어낸답시고 운동화를 거꾸로 들고 퍽퍽 치는 동안

 

  마음 단단해진 줄 알았는데

 

  흐물흐물

  파경(破鏡)처럼 휘어지며

  흐느끼는

  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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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동네』2016-11월호 <신작시#1>에서

  * 이선균/ 2010년 『시작』으로 등단, 시집 『언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