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드셀라 증후군
한길수
그는, 아무런 장비 없이도 어두운 것들을 허무는 버릇이 있다.
그날 밤도 그는, 어느 낯선 지명에 도달하여
달빛 좽이질에 포획된 어둠을 허물어내기 시작한다.
바닥으로 쌓이는 거대하고 거무스름한 것들.
그는, 달빛을 등지고 앉아
문지방에 흘러내린 제 그림자를 긁어내기도 한다.
쇳소리 같은 바람을 타고 마주한 저편,
바깥이란 오래 견뎌내지 않으면 단절되는 수상한 것.
그는, 오늘도 알아듣지 못할 중얼거림으로 다시 속을 감추고
밖도 안도 아닌 표정은 밤 풍경보다 익숙하다
안의 바깥, 또 다른 바깥의 안쪽으로
도미노 게임처럼
수많은 지명 안내판이 넘어진다.
통각에 쏘이듯 어지러운 걸음
가령, 이탈한 바퀴 하나로 잔뜩 이울어 절룩대는 달을 이고
지나쳐온 지명으로 되돌아가는 길.
바깥을 닫아버렸으나 안으로 들어서지 못한
그는, 여전히 멀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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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실』2016-가을호 <신작시단>에서
* 한길수/ 2015년 『시사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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