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통
구석본
벌초하면서 봉분의 아카시나무를 뽑는다. 뽑지 않으면 다시
살아난다고 완벽한 제거방법은 뿌리째 뽑는 수뿐이라고. 죽을힘
을 다해 당긴다. 이윽고 드러나는 뿌리의 정체. 나무의 키는 1미
터, 그 뿌리는 두 배나 된다.
잎과 가시와 줄기만을 살았음의 형태로 알았는데……. 그 뿌
리가 지하로, 관을 향해 질긴 생명을 열어가고 있었네. 소슬바람
에도 흔들리는 지상의 잎과 줄기가 무덤 속 깊은 곳까지 바람과
햇살을 내리고 내려 뿌리의 길을 열고 뿌리는 줄기와 잎을 하늘
쪽으로 혹은 허공 쪽으로 높이 세우기 위해 어둠과 물을 온몸으
로 뿜어 올리고 있었네.
지상과 지하의 관통.
눈물겹다.
흙속에서 지상으로 1미터 밀어올린 뿌리의 캄캄한 힘. 제 키의
두 배로 뿌리내리기 위해 허공을 움켜잡고 한철을 견뎌온 푸른
힘. 그것을 한나절에 제거해버린 우리의 힘.
죽을 힘들이 온몸으로 부딪힌 현장이다.
누군가가 관 속에 남은 잔뿌리가 내년이면 다시 아카시나무를
지상으로 죽을힘을 다해 기필코 밀어 올릴 것이란다.
초가을 햇살이 봉분 위에서 배암처럼 구불구불 기어가다가 지
하로 슬그머니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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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2016-11월호 <신작시#1>에서
* 구석본/ 1975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쓸쓸함에 관해서』『추억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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