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어제보다 비밀이 많아졌다/ 권현형

검지 정숙자 2016. 11. 11. 01:53

 

 

    어제보다 비밀이 많아졌다

 

     권현형

 

 

  오늘 구름은 뼈가 있다

  구름의 늑골 사이에서 달이 달그락거리고 나도

  주머니 속 당신의 운율감 넘치는 손가락뼈를 만져본다

 

  지나가다 만난 돌이 모자를 벗고 이마를 수그리고

  저를 낳은 저녁에게 예의를 다하고 있는 순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긴 시간을 봉헌하고 있는 순간

 

  날개의 질료가 백 퍼센트 구름인지도 모를

  붕새 한 마리가 머리 위를 날아갔다

  하루에 구만 리를 날아서 그가 닿고 싶은 세계가 어딘지

  그 자신도 모르는 것 같아 불러 세워 질문하지 않았다

 

  아침과 저녁의 기분이 다른 숲은 좀 더 은밀해 보였고

  이윽고 많은 말들이 서로 혀를 조심하며 바스락거렸다

 

  숲속에서 자명종 소리가 났다 단순한 음악 같기도 했다

  몸 안에 금관을 갖고 있는 풀벌레의 생애가

 

  석양과 함께 짧게 빛나 보였다

  끝없이 깊어진 노년기 보르헤스의 눈을 닮았을

  저녁의 동공 때문인지 현기증이 났다 구름 대신

 

  먼지가 낀 아득한 처소의 창턱으로 되돌아와서도

  산책길에 본 저녁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구만 리를 걸어가서 어디에 닿고 싶은 거니,

  나 자신에게도 질문하지 않았다

 

  어제보다 비밀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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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동네』2016-11월호 <신작시#2>에서

  * 권현형/ 1995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밥이나 먹자, 꽃아』『포옹의 방식』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