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 비밀이 많아졌다
권현형
오늘 구름은 뼈가 있다
구름의 늑골 사이에서 달이 달그락거리고 나도
주머니 속 당신의 운율감 넘치는 손가락뼈를 만져본다
지나가다 만난 돌이 모자를 벗고 이마를 수그리고
저를 낳은 저녁에게 예의를 다하고 있는 순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긴 시간을 봉헌하고 있는 순간
날개의 질료가 백 퍼센트 구름인지도 모를
붕새 한 마리가 머리 위를 날아갔다
하루에 구만 리를 날아서 그가 닿고 싶은 세계가 어딘지
그 자신도 모르는 것 같아 불러 세워 질문하지 않았다
아침과 저녁의 기분이 다른 숲은 좀 더 은밀해 보였고
이윽고 많은 말들이 서로 혀를 조심하며 바스락거렸다
숲속에서 자명종 소리가 났다 단순한 음악 같기도 했다
몸 안에 금관을 갖고 있는 풀벌레의 생애가
석양과 함께 짧게 빛나 보였다
끝없이 깊어진 노년기 보르헤스의 눈을 닮았을
저녁의 동공 때문인지 현기증이 났다 구름 대신
먼지가 낀 아득한 처소의 창턱으로 되돌아와서도
산책길에 본 저녁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구만 리를 걸어가서 어디에 닿고 싶은 거니,
나 자신에게도 질문하지 않았다
어제보다 비밀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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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2016-11월호 <신작시#2>에서
* 권현형/ 1995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밥이나 먹자, 꽃아』『포옹의 방식』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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