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자서전엔 있지만 일상엔 없는 인생/ 이현승

검지 정숙자 2016. 11. 9. 19:07

 

 

    자서전엔 있지만 일상엔 없는 인생

 

    이현승

 

 

   딱히 무엇과 싸우지도 않았는데

  이미 패배한 자의 발걸음으로 귀가한다.

  패배의 기원은

  가늠할 수 없음에 있는가

  아니면 거스를 수 없음에 있는가.

 

  퇴각의 핵심은 손실을 줄이는 데 있으니

  오늘의 패배는 구태여 찬비를 맞지 않는 데 핵심이 있건만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어서 밤새 세월이

  새끼손가락쯤으로 들어 올려서 패대기를 쳤는지

  잔뜩 두들겨 맞은 몸으로 잠깨는 아침

 

  멍한 정신으로 눈곱을 수습하고 보니

  아 돌아오지 않는 활력이여

  정신과 기운은 어디 가 아직 돌아오지 않는가.

  어서 와라 활력이여

 

  최선을 다해 제자리로 오는 사람은

  깜빡 졸다가 하차할 역을 놓친 승객이고

  가지고 있는 것을 놓쳤던 사람이니

  허둥지둥 세월보다 힘 센 책망감에 내몰려

  제자리에 돌아와 보면, 그는

 

  늙고 누추한 행색의 과객이다.

  지나쳤고 돌아왔으나 결정적으로 뒤늦은 그는

  그러나 진심을 다해,

  있는 힘껏 자신을 증오해 본 사람

  한번은 비워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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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2016-가을호 <제17회 박인환문학상 추천우수작>에서

  * 이현승/ 2002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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