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엔 있지만 일상엔 없는 인생
이현승
딱히 무엇과 싸우지도 않았는데
이미 패배한 자의 발걸음으로 귀가한다.
패배의 기원은
가늠할 수 없음에 있는가
아니면 거스를 수 없음에 있는가.
퇴각의 핵심은 손실을 줄이는 데 있으니
오늘의 패배는 구태여 찬비를 맞지 않는 데 핵심이 있건만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어서 밤새 세월이
새끼손가락쯤으로 들어 올려서 패대기를 쳤는지
잔뜩 두들겨 맞은 몸으로 잠깨는 아침
멍한 정신으로 눈곱을 수습하고 보니
아 돌아오지 않는 활력이여
정신과 기운은 어디 가 아직 돌아오지 않는가.
어서 와라 활력이여
최선을 다해 제자리로 오는 사람은
깜빡 졸다가 하차할 역을 놓친 승객이고
가지고 있는 것을 놓쳤던 사람이니
허둥지둥 세월보다 힘 센 책망감에 내몰려
제자리에 돌아와 보면, 그는
늙고 누추한 행색의 과객이다.
지나쳤고 돌아왔으나 결정적으로 뒤늦은 그는
그러나 진심을 다해,
있는 힘껏 자신을 증오해 본 사람
한번은 비워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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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현실』2016-가을호 <제17회 박인환문학상 추천우수작>에서
* 이현승/ 2002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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