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검정/ 백상웅

검지 정숙자 2016. 11. 9. 18:56

 

 

    검정

 

    백상웅

 

 

  검정은 자주 손이 간다.

 

  스무 살이면 필요하대서 검정 정장을 사 입고 미팅과 상갓집과 결혼식

을 다녔다.

 

  검정으로 데이트하고 고개 숙이고 악수를 했다.

  지금의 감정도 그때와 같다.

 

  야근하고 집에 도착했을 때 방안은 칠흑 같고, 불을 켜니 사랑하는 사

람의 눈썹은 검정이다.

  밤에 나뭇가지는 그림자로 흔들린다.

 

  출생신고도 이력서도 부동산 계약서도 글자는 새까맣다.

  죽는 것은 대체로 암흑이라고 알려졌다.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지 말라고 했으나 급하면 막막하고 먹먹한 검정

에도 손을 내민다.

  어둠이 눈에 익을 때쯤 검정은 검정이 아닌 게 된다.

 

  입 다물면 식도부터 항문까지 깜깜하다.

  갱은 더 자라지 않는다.

  나는 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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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2016-가을호 <제17회 박인환문학상 추천우수작>에서

  * 백상웅/ 2008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