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하늘을 건너다/ 서영택

검지 정숙자 2016. 11. 5. 11:35

 

 

    하늘을 건너다

 

     서영택

 

 

  生은 이토록 고요한 것일까

 

  절정을 향해 오르는 길

  허베이성 백석산 2096m

  발자국도 없는 햇살이 정상을 안고 있다

 

  거친 바람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위틈에 뿌리 내린 소나무

  저편에 자리 잡은 구름을 바라본다

 

  곳곳에 단단한 밧줄이 전설처럼 얽혀 있다

  황산을 설계한 사람은 누구일까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재를 운반하느라

  어깨에 파인 수많은 바퀴자국들

 

  난 등짐 진 짐꾼처럼 초라하다

 

  밧줄에 매달린 내 그림자 속으로

  눅눅히 지나온 시간들이 구부러져 있다

  아슬아슬한 잔도*의 위태로움이 정적을 만든다

 

  건물은 아래에서 위로 공사를 하지만

  잔도를 만들 때는 위에서 아래로 만든다고 한다

  밧줄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10년 설계에 공사기간은 4년이라니

 

  삶의 정상에는 새소리 물소리도 없다

  캄캄한 밤 천둥과 번개가 대신 울어주는

 

  어느 지나온 하늘이 나를 받쳐줄 것인가

 

  한 걸음 한 걸음 다시 흔들리는 허공에 발을 내딛는다

     -전문-

 

  * 잔도(棧道): 절벽과 절벽 사이 사다리처럼 높이 걸쳐 놓은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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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2016-10월호 <신작특집>에서

  * 서영택/ 2011년 『시산맥』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