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노예들/ 정겸

검지 정숙자 2016. 11. 5. 11:14

 

 

    노예들

 

     정 겸

 

 

  도심의 한복판에서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새들의 울음소리, 회파람 소리,

  팝송, 가요, 가곡 때로는 G선상의 아리아가 들려오고

  세상은 온통 노천 공연장이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안 들려요

  말씀하세요, 좀 더 크게 말해요

  글쎄, 안 들린다니까…

  비켜주세요, 앞 좀 보고 다니세요,

  어느새 나는 어비스리움 게임에 빠져들어

  산호초가 있는 바닷속을 헤매고 있다

  순간, 한줄기 회오리바람은

  푸른 가로수 줄기를 마구 흔들고 지나갔다

 

  후드득 떨어지는 나뭇가지 사이로

  어지럽게 펼쳐진 시가지가 보이고

  붉은 하늘 아래서 귀를 막고 서 있는 사람들,

  강물이 요동치며 흐르는

  요단강 다리를 건너는 절규의 소리들

  이제는 거대한 강물도 핏빛으로 물들어 있다

 

  무거운 짐을 진 낙타들이 스마트폰 명령에 따라

  헝클어진 빌딩 숲 사이를 비틀거리며 기어가고 있다

  누군가의 폰에서 흘러나오는 컬러링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애잔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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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2016-10월호 <신작특집>에서

  * 정겸/ 2003년 『시사사』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