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시집 · 정읍사의 달밤처럼

유월 그리메/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1. 2. 4. 01:16


    유월 그리메

 

    정숙자



  풀각시

  윤기 흐르는

  유월 초하루


  늘상 구겨져

  그림자 골 깊은

  압구정동의 태양


  그러나

  盤浦川 따라

  지렁이도 산책하는 오솔길엔

  王羲之의 서체로 벋은

  덩굴장미의 방화


  꼬깃꼬깃 간직한

  이름 하나

  꺼내지 못하는 여염이건만


  어느 귀신의 호리병

  열렸음일까

  정수리 금가도록 부푸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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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 『정읍사의 달밤처럼』에서/ 1998. 3. 3. <한국문연>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부용(김제군)에서 태어남,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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