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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의 의미/ 강기옥

검지 정숙자 2016. 10. 17. 17:43

 

 

『김제문학』2016. 김제문화유산탐방_벽골제에 열린 지평선(발췌)

 

 

    김제의 의미

 

    강기옥(시인, 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우리나라의 지명은 단순히 지어진 이름이 아니다. 사람의 이름은 부모나 조부모가 후손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꿈을 담아 짓는다. 그러나 고을의 이름은 사람이 마음대로 짓지 않는다. 그 고을의 특색이나 특산물 등의 의미를 살려 짓는다. 온(溫)자가 들어 있는 곳에는 온천이 있다든가 금(金)자가 있는 곳에 금광이 있는 것 등이 그 좋은 예다. 지명에는 그렇게 산천 지리의 조화를 살필 줄 아는 조상님 혜안이 담긴 결과물이라 할 때 김제는 과연 어떤 배경으로 불리는 이름인지 자못 궁금하다.

  우선 '김제'하면 떠오르는 것이 지평선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이라는 것만으로도 그 특징은 충분하다. 김제, 김해, 김포 등의 김(金)은 황금들판을 상징하는 데서 온 이름이다. 물론 전설이나 설화를 곁들여 재미를 더하기는 하지만 김제는 그것보다 더 다른 의미가 있다. 김제의 금구(金溝)에서는 사금이 생산되어 한때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필자는 또 다른 데서 의미를 찾는다. 금으로 이루어진 제방, 그것이 김제(金堤)다. 가을 지평선에 열린 황금벌판은 말 그대로 황금의 제방이다. 논배미마다 길에 이어진 이랑들이 바로 제방인 것이다. 그래서 김제다. 그도 그럴 것이 김제의 옛 지명은 볏골이었다. 벼의 골짜기, 그것이 한자의 표기를 위해 벽골이라는 용어로 정착되었지만 그 의미를 살리자면 오히려 화곡(禾谷)이라야 옳다. 서울의 화곡동은 옛날 벼농사를 짓는 논이었다. 김제 평야가 화곡동에 미치지 못할 이유가 없는데 엉뚱한 벽골로 바뀐 것은 의미변화보다는 음운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김제는 그렇게 이름만으로도 읽을 수 있는 문화의 단서를 제공한다. 그 단서에서 이 고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는 사람은 먼저 벽골제를 떠올릴 것이다.

 

   (※ 참고)

김제문화유산탐방소제목들/ 동고동저의 김제/ 벽골제에 열린 지평선_김제의 의미_벽골제와 신털미산 되배미_아리랑 문학관과 청해진 유민 이주탑/ 김제의 종교_금산사_김제의 기독교와 증산교/ 초대교회의 전형 금산교회/ 강증산교의 산실 구릿골(銅谷)마을_김제의 인물_근대의 김제_지평선 축제와 쌀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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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年刊『김제문학』2016_ 22호 (1970.11.6.창간) <특집2, 김제문화유산탐방>에서

  * 강기옥(姜基玉)/ 시인, 국사편찬위원회사료조사위원, 시집『그대가 있어 행복했네』외 4권, 평론집『시의 숲을 거닐다』, 역사기행『국토견문록』, 인문교양서『문화재로 포장된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