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켤레 구두
송순례
현관문을 열면 똑바로 놓인 구두 두 켤레가 보인다. 항상 그렇게 그 자리를 고집하고 대기 중인 구두 두 켤레를 정성스레 닦아 놓는다.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의 구두다. 군화는 아니지만 언제라도 집에 오면 신을 수 있도록 준비해 놓는다.
먼지가 앉을까. 삐뚤어지게 놓은 것은 아닐까. 현관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살핀다. 늘 열중쉬어 자세로 놓는다. 항상 비상대기 중인 것처럼.
오늘도 국가안보를 위해 본분을 다하기를 기도하며 닦고 또 닦는다. 비록 새 구두는 아니지만 항상 소중하게 반짝반짝 닦아 놓는다.
두 아들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내며 닦는다. 임무 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닦는다. 소중한 아들이 언제라도 신을 수 있는 두 켤레의 구두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기분이 좋다.
홀로 사는 내 집을 지켜주는 구두 두 켤레가 국방을 감당한다는 생각을 하면 대견하고 안쓰럽다. 군인의 길이 어디 쉬운가.
오늘도 나는 두 켤레의 구두를 닦아 가지런히 놓는다.
이 구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두 아들의 발이다.
현관문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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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年刊『김제문학』2016_ 22호 (1970.11.6.창간) <part―수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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