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생흔(生痕)*/ 김종연

검지 정숙자 2016. 10. 9. 14:05

 

 

     생흔(生痕)*

 

    김종연

 

 

  살아 있는 사람을 동경하는 병에 걸렸다

 

  그리하여 내일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을지 알 수 없고

  오직 살생만이 나를 인간이게 해준다

 

  몸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나의 몸이 되어주는 슬픈 끼니들

 

  우리 밖의 가축이었던 삶

  새장 밖의 새였던 삶

 

  한때 사람의 밖에서 아름다웠던 나의 종(種)

 

  심장에 닿지 않는 귀로 매일 밤을 지새우며

  당신이 내 안에서 뛰는 소리 듣다 보면

 

  내 숨이 가쁜 것이 당신이 기쁜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함께 죽어가면서

 

  인간은 사고할 수 있는 만큼 사고하지만

  인간은 사고  밖에서 온 생물(生物)이다

 

  영원이란 말이 영원에는 없듯이

 

  나는 나의 종(種)이 혐오스럽다

  사랑을 구하는 인간에 대한 혐오는 씻어내도 그치질 않는다

 

  이기는 싸움은 끝났고 이제 지는 싸움만 남았다

 

  한 번 아름답자고 내내 가엾게 울고 있을 고아(孤兒)들

 

  내 몸의 피안(彼岸)

  피가 모두 끓고 나서야 내륙에 닿는다

 

  나는 평생 당신의 사흔(死痕)을 그리워하며 살게 될 것이다

     -전문-

 

  * 언젠가 나는 미쳐버려 나를 괴롭게 하는 모든 것들이 어떤 한 사람 때문이라고 믿게 될지도 모른다. 또 내가 세계의 밑마닥이라는 생각에 침수되는 타생(他生)의 부력으로 남은 삶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또 내게 불행을 불가항력이라 믿고 삶을 포기한 채 불행에 대한 지론을 펼치며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나의 편견은 자유롭고 나의 무지는 불안하다. 많은 고통을 주게 될 것이다. 그때를 위해 생흔(生痕)을 남겨둔다. 이는 또한 사흔(死痕)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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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2016-9월호 <신작특집>에서

  * 김종연/ 2011년 『현대시』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