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흔(生痕)*
김종연
살아 있는 사람을 동경하는 병에 걸렸다
그리하여 내일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을지 알 수 없고
오직 살생만이 나를 인간이게 해준다
몸이 허물어지지 않도록 나의 몸이 되어주는 슬픈 끼니들
우리 밖의 가축이었던 삶
새장 밖의 새였던 삶
한때 사람의 밖에서 아름다웠던 나의 종(種)
심장에 닿지 않는 귀로 매일 밤을 지새우며
당신이 내 안에서 뛰는 소리 듣다 보면
내 숨이 가쁜 것이 당신이 기쁜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함께 죽어가면서
인간은 사고할 수 있는 만큼 사고하지만
인간은 사고 밖에서 온 생물(生物)이다
영원이란 말이 영원에는 없듯이
나는 나의 종(種)이 혐오스럽다
사랑을 구하는 인간에 대한 혐오는 씻어내도 그치질 않는다
이기는 싸움은 끝났고 이제 지는 싸움만 남았다
한 번 아름답자고 내내 가엾게 울고 있을 고아(孤兒)들
내 몸의 피안(彼岸)
피가 모두 끓고 나서야 내륙에 닿는다
나는 평생 당신의 사흔(死痕)을 그리워하며 살게 될 것이다
-전문-
* 언젠가 나는 미쳐버려 나를 괴롭게 하는 모든 것들이 어떤 한 사람 때문이라고 믿게 될지도 모른다. 또 내가 세계의 밑마닥이라는 생각에 침수되는 타생(他生)의 부력으로 남은 삶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또 내게 불행을 불가항력이라 믿고 삶을 포기한 채 불행에 대한 지론을 펼치며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나의 편견은 자유롭고 나의 무지는 불안하다. 많은 고통을 주게 될 것이다. 그때를 위해 생흔(生痕)을 남겨둔다. 이는 또한 사흔(死痕)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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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2016-9월호 <신작특집>에서
* 김종연/ 2011년 『현대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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