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엔젤링/ 유계영

검지 정숙자 2016. 10. 7. 18:43

 

 

    엔젤링

 

    유계영

 

 

  입술과 엄지손가락이 가장 먼저 생기더군요

  하마터면 슬픔이라고는 못 배우고 태어날 뻔했어요

 

  내가 나를 물고 빤 흔적이 쑥스럽습니다

  엄지손가락을 안으로 말아 쥐며

 

  너 같은 자식을 낳아라

  축생으로 태어나

  하루 종일 먹고 하루 종일 잊어라

  우리는 저주하기 위해

  주먹을 풀고 기도하는 손

  나도 내 다음이 기대가 돼요

 

  자, 달걀을 쥔 느낌으로 손을 쥐어 보세요

  그래야 자연스럽습니다

  사진 속의 애꾸눈이가 남기고 간 빅토리

 

  손 안에 가둔 알 속에서

  왜 가슴을 쓸어내렸을까요

  펼쳐진 손바닥은

 

  기차역 앞

  뚱뚱한 지갑을 엉덩이 포켓에 꽂은 사내들이

  아무 데서나 흰밥을 밀어 넣습니다

 

  방금 전에는 흰 구름이 흰 구름을 앞질렀는데

 

  나는 주먹을 풀었다 쥐었다 하며

  바람에 부러지는 나뭇가지를 보고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 열차에 오른 우리가

  풍경을 향해 흔들던 손바닥은 어디에 멈추었나요

 

  엄지손가락이 사라진 줄도 모르고 흔들리던 그 손은요

    -전문-

 

  *Littor 릿터』2016. 8-9월(창간)호 <시>에서

  * 유계영/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온갖 것들의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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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ttor는 명사 Literature(문학)와 접미사 -tor(-하는 사람)을 합한 말이다.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사전에는 없지만 많은 이들의 책장 어느 곳에 등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거기에서 책등을 보이며 서 있다가 어느 날 다시 뽑혀 나와 이런 일이 있었군, 이런 작품을 읽었지, 생각하게 하는 문학잡지였으면 좋겠다. <Editor’s Note(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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